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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0  여름엔 겨울이 생각나고 겨울엔 여름이 생각 나듯이.
  2. 2010/03/10  Visionaire mag
  3. 2010/02/26  Up In the air
  4. 2010/02/18  새벽 6시
  5. 2010/02/17  料理
  6. 2010/02/03  혜성
  7. 2010/01/11  더 로드 (The Road), 단평
  8. 2010/01/11  시작

2010/03/10 01:33,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여름엔 겨울이 생각나고 겨울엔 여름이 생각 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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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끔찍히 싫어하지만 또 다시 이러한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지러히, 빛에 바래 버린 사진 같은 느낌이나. 풀 잎에서 나는 냄새나.
그냥. 여름에 나눈 당신과의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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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01:28,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Visionaire mag

Visionaire mag from Robertas Jucaitis on Vimeo.

수식샘 스튜디오에서 본 Visionaire 55.
SURPRISE. SU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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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uman

    2010/03/10 23:58  댓글달기  수정/삭제

    부가 설명 부탁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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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2:20,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Up In the air

잠이 잘 안 오는 날에 괜찮은 영화 한 편은 마치 -본인은 절대 따뜻한. 우유는 먹지 않으나 그런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괜찮은 것보다 더 좋은 영화를 보게 되면 각성제 마냥 오히려 잠을 홀딱 달아나게 해 버리는데 오늘이 바로 그랬다. 이 영화 UP In the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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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참으로 짜임새 있다. 일단 기계적으로 척척 맞아가는 것에 흥분을 느끼는 나는 항공사진과 컨트리뮤직의 편집이 어울리는 오프닝부터 마음이 설렜고 공항 검문대에서 뒷걸음질치며 구두를 벗는 디테일에도 놀랐다. 그리고 이 남자 일 년 365일 중에 320일을 비행기에서 보낸다. 일 년에 항공 마일리지를 35만 마일 적립하는데 잠깐.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는 250만 마일이다. 결혼 물론 안 했다. 인간은 철저하게 외로운 존재임을 인식하고 수없이 떠다니는, 풀뿌리 삶이 아닌 풀 뽑힌 삶을 산다.  

주인공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자른다. 그러니까 생전 처음 보는 이, 앞으로도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어떤 이를 퇴사시키는 일을 대행해 주는 직업을 가졌다. 자기가 고용한 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자를 수 없는 얼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여튼 반응은 다양하다. 일단은 우리도 어렵지 않게 상상가능한 범위에서 우는 사람도 있고 욕을 뱉는 사람도 있다. 식구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하소연을 하거나 침착한 목소리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걸 묻자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거다. 내일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릴겁니다.
그러나 그의 일은 단순히 그 '명'을 전하는 것에 있지 않다. 소송을 거는 리스크에도 대응해야 하고 최대한 그들이 앞으로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조언해 주는 역할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자신의 직업을 빼앗아 가는 이에게 물어봤자 알 리가 있나. 내일 당장 무얼 하면 되나요.

메신져 역할을 하는 그의 업무에 변동이 생기기 시작한다. 인력낭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화상대화로 해고를 통보하는 시스템을 웬 아가씨가 도입하기 시작한 것.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여자는 남자와 함께 파견 근무를 같이 간다. 여자는 같이 낯 모르는 사람들의 내일을 빼앗으러 다닌다. 현장은 만만치 않음을 체감하는 나날을 보내는 그러던 중 여자는 애인으로부터 한통의 문자메세지를 받게 되는데 이별 통보다. 그리고 정말로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신문에 기사로 실린다.

내일. 내일은 우리에게 참 중요하다. 실체도 없고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내일을 우리는 두려워하기도 하고 그것에 가슴 설레여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에게 내일은 자신만의 내일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내일 또한 되기 때문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백 팩에 무엇이든 넣고 어깨의 멜빵끈을 느끼기도 전에 홀랑 다 태워버리라고 하는 주인공도 나중엔 백 팩에 담고 싶은 한 사람을 발견하지만, 영화는 그에게 끝까지 해피앤딩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순간 인간이 모두 섬인 줄 알았던 그는, 자신만 홀로 섬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만 부조종사 없이 구름 위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외로운 사람이란 것을.
 
사랑은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시작할 때는 서로 합의에 이르러야 성립이 되나 둘 중 하나라도 마음을 잃어버리면 그 성립조건이 파기 되기때문에 너무도 쉽게 부서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기적인 건 애초부터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달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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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22:39,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새벽 6시

누군가의 성공담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돈 주고 사보지 않는다. 나란 인간이 오만하거나 거만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 개개인에게는 '그' 길로 향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본인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아무리 먼 길을 돌아왔더라도 또는 물리치지 못한 겁쟁이 녀석 때문에 아무리 많은 고민은 사서 했더라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신앙과도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 여기 헤테로토피아의 세계에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어쨌거나 나의 것 아닌 남의 이야기는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런데 꼭 인용하고 싶은 글귀가 박세정 씨의 미친 꿈은 없다는 책에 있다.

어느 교수님의 말처럼,
사람이 백 살까지 산다고 했을 때
백 년을 하루라는 시간으로 나눠서 계산해 보면
스물다섯은 고작 새벽 6시다.
이십 대와 삼십 대는 길고 긴 인생에서 아직 점심도 안 먹은 오전이라는 얘기다.

응.
나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글귀인데,
허참, 아직도 이러고 있다니. 오늘 수없이 들었던 '어린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괜찮다 아직 아침 여섯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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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yul

    2010/02/21 14:37  댓글달기  수정/삭제

    아 나도 요새 인생 길-게 보는거라고 그러리라고 생각하며 살아
    새벽6시면 난 아직 자고있을 시간인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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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20:21,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料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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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영화 카모메 식당을 꽤 보고 싶게 만드는 몇몇 평을 보았음에도, 그리하여 얼마든지 보고 싶으면 볼 수 있었음에도 바로 이, 영화포스터는 자꾸 날 망설이게 했었다. 왠지 그저 그런 말랑말랑한 일본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내키지 않아 했던 것이다.
일본영화를 한창 좋아했던 때가 있었고, 일본소설을 한창 좋아했던 때도 있었다. 전자가 먼저였는지 후자가 먼저였는지 혹은 동시에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각각을 좋아하던 이유는 달랐다. 생각해보니 소설이 먼저였던 것 같다. 소설에서 보이는 성에 대한 자유로움과 그에 어울리는 주인공들의 시크함이 어른이라면 이런 걸까 하는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어른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영화에서 보이는 소소함이나 누구나의 이야기 또한 될 수 있는 보편적 '꺼리'를 잘 만들어 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막상 내가 사는 세계는 그렇게 쇼킹하다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세계가 아니라 누구나 슬픈 이야기는 있고 외로운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말이다. 한가로움 마저 아름다워 보이는 핀란드에서도 말이다.      


기껏해야 제 밥은 제가 알아서 챙겨 먹을 줄 알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때 즈음, 가족의 식탁까지 차리게 되었다. 지금은 1인분을 하는 것보다 3인분을 하는 게 더 쉽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음식이 실패하면 아무도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몽땅 다 버리게 될 수도 있지만 허나, 남을 위해 차리는 음식은 실패하기 쉽지 않더이다. 겨우 삼분 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며 한 끼 해결한 것을 자축하던 때가 지나고 나니, 요리에 새삼 흥미를 붙이게 됐다. 방학에 시간을 보내기 이만큼 좋은 일도 없고 어쩐지 소설과 닮아 재미있다.

작년인가 어떤 교양 시간 첫 날이었는데 과목의 이름은 생각이 안 나고 무튼 글쓰기에 대한 수업이었다. 대학 강단 앞에 서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던 강사였고 몸집은 어디 만화에 나오는 주방장 같은데 마침 계속 음식 얘기를 하던 차였다. 모 학과 1학년 공통교양이라 주변은 산만하지 강사는 어리바리하지 도대체 음식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고. 집에 와서 수강취소를 눌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강사가 그랬다. 요리를 하는 건 마치 한편의 글을 쓰는 것과도 비슷한데, 요리를 결정하는 주요 3요소는 재료, 레시피, 경험이라 했다. 그 요소를 소설에 비유해보자면 신선한 재료는 곧 소설의 소재가 될 터였고 자신만의 레시피는 문장을 써 내려가는 능력이며 경험이 일종의 손맛이며 이것이 글쓴이 특유의 분위기에 해당할 것이다.    
 
나는 늘 조경란 씨의 신작을 기다리는 터라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계간지 코너에 잘 간다. 그러고선 그의 이름이 있는지 잘 확인하고 혹 그 이름이 없더라도 은근히 기다리는 또 다른 작가의 단편을 발견하곤 한다. 혹은 그들의 소설에 대한 비평문 같은 것도 복사하여 집에 오는 길에 차근히 읽는다. 아, 요지는 조경란 씨의 글에는 종종 요리가 나온다. 어머니와 칼에 대한 이야기나 가장 최근의 장편소설은 제목까지 그러했고 그의 문체는 요리를 즐기는 사람 특유의 문장이어서 기쁘다. 요리하듯 소설을 쓰는 것 같아서.  

이 먼 이야기의 끝에 와서 다시 카모메 식당을 이야기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여자의 얼굴이 너무도 눈에 익는지라 한참을 생각했는데, 마른빨래를 개기다가 알았다. 배가 고프단 생각에 오랜만에 전자레인지 카레를 먹어볼까 하는데 아차. 일전에 당신 집에서 보았던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음식에 대한 드라마 말이다. 고게 생각났다. 거기서 전통음식과 현대음식을 비교하던 텔레비전 코너에서 둘이 대결을 하기로 했는데 아오이 유우의 대결자가 바로 그 여자였다. 사기그릇에 밥을 담고 남은 돈가스에 계란을 얹어 랩을 덮고 레인지에 돌리면 간단한 가츠동이 나온다고 떵떵거리던 그 여자. 그 전자레인지녀가 오니기리를 만든다니 이제 와 생각하니 역시 이상하다. 오카시이.

사치에의 식당은 그녀와도 너무 닮았다. 그녀의 인사법은 정말로 멋지다. 그녀의 음식도 맛있을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은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것 같다. 요즘은, 그런 게 영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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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uman

    2010/02/19 14:31  댓글달기  수정/삭제

    여기 1인분만 더 추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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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3 13:57,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혜성

낮에 혜성에 관한 다큐를 보는데 그만 홀딱 빠져서 필기까지 하면서 보았더랬다.
고작 오십 분짜리를 혼자 한 시간 이십 분이 다 가도록 보고 나서 어릴 때 보았던, 지금은 일 년에 한 번이나 볼까 한 과학앨범을 뒤졌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세계는 여기 우리와는 매우 다른 단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스튜디오에서 몇십만 평의 도시계획을 할 때처럼 스케일감이 없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는 그저 익히 보아 온 이미지들에 의지한 채 우주는 그러하다고 믿어버리지만, 그 까마득함은 이미지 저 건너편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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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인가 중학생 때인가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밤에는 산에 있는 작은 천문대에 올랐다. 티비로 보던 그런 웅장함이 없는 조촐하지만 그럴 듯한 천체망원경이 있었는데 줄을 서서 한 명씩 눈을 갖다대고 목성과 토성을 보았었다. 마치 작은 보석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앙증맞음이 감히 지구의 11배가 된다고 생각하려니 차라리 망원경 앞에 사진을 붙여 놓고 우릴 속인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그나저나 거긴 어떤 세계일까.  

작년 여름에 부분 개기일식 때문에 못 쓰는 필름을 주욱 빼서 눈에 갖다 대고 태양을 보았었는데 다들 그랬을 것이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던,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그런 불변의 세계라고 믿었던 세계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는 쉽지 않을 기회이지 않나.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센치함이 좋은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감히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소설가란 직무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세계를 충실히 묘사하지 못하는 것에는 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1Q84에는 달이 두 개 보이는 사람들이 나온다. 목성과 토성에선 16개도 21개도 보일 텐데 고작 하나뿐이 보이지 않는 이곳은 두 개 보이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헬리는 비록 헬리혜성이 나타나기(정확히 말하면 '지구에서 보이기') 17년 전에 죽어버려서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자기의 이름이 붙은 혜성을 가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끊임없이 광활한 우주를 돌고 있을 먼지 덩어리를 내내 좇다 보면 생이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을 것 같다. 헬리혜성은 1986년에 우리를 방문했다. 그 주기가 75-76년인 걸 고려하면 2061년이나 2062년에 다시 올 것이다.

나는 어느 철학자의 대명제였을 법한 모든 물질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 말은 LOST를 보면 매번 갖은 애를 써가며 섬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야" 따위를 대사들이 수없이 반복되는데 무튼, 그러하다. 그렇다면 혜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다큐의 끝에는 나온다. 내가 당신을 만난 이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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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uman

    2010/02/10 04:19  댓글달기  수정/삭제

    췟..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때묻지 않은 동심에 회상. 간만에 해보게 되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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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16:27,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더 로드 (The Road), 단평

등장인물 이름이 왜, 남자(man)와 여자(woman), 아이(boy)인지는 영화가 끝날 때 알게 된다. 대격변을 전 후로 두 세상이 있고 그 전에 잉태되어 그 후에 태어난 아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마지막 장면을 보고 ‘노인을 위한 나라를 없다’의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이해에 가장 근접한 노인은 앞서서 일어나는 범죄를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을 깨달은 후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해주는 이야기다.

두 가지 꿈을 꾸었는데 모두 아버지 꿈이었어. 이상하지, 아버지 돌아가신 나이보다 내가 20살은 더 먹었으니 어떻게 보면 꿈에선 아버지가 더 젊었지.

우리 둘 다 옛날 시절로 돌아갔는데 난 말을 타고 밤에 산을 넘고 있었어. 산에서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지. 추웠고 땅은 눈에 덮혀 있었어. 아버지는 말을 타고 날 지나쳐 계속 가시는 거야.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말을 타고 지나치셨지. 아버진 몸에 담요를 두르고 고개를 숙이고 계셨지.

앞질러 나갈 때 보니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계셨어. 보통 사람들이 하듯이 말이야, 그리고 그 파이프 속에서 불이 빨갛게 빛나고 있었어. 마치 달빛 같았어. 그리고 꿈 속에서 아버지는 앞서 가시더니 그곳 어딘가에서 어둠과 추위 속에서 불을 지피셨어. 언제든지 그곳에 가면 아버지가 계실 거라는 걸 난 알았지. 그러다가 잠을 깼어.

세상의 이해에 가까워 질수록 죽음에 가까워 지고 그때 생기는 쇠약은 피할 수 없었던 인간(노인)의 이야기는 더 로드에서 아이가 이어간다. 새로운 세상에 불을 가져가는 역할인 아이는 회색과 공포로 꽉꽉 메워진 모든 것 사이를 지나간다.

덧1. 엔딩 크레딧에 결론이 나오니, 더 이상 쓰지 못하겠군요.

덧2.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과 ‘더 로드’의 원작자가 동일 인물이더군요. 코맥 매카시, 세 편의 신작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이런 대기 만성형의 작가를 보고 있자니 클린트 이스트우트가 생각납니다. 오래오래 살아서 좋은 것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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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잉여인간

    2010/01/13 02:09  댓글달기  수정/삭제

    오 노인을 위한 나라의 엔딩크레딧이 화악 생각나는군요.
    견자단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펴준 형님의 순간들이
    더욱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더 로드-영화를 빨리 보고 책과 어떻게 다른지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감히 성서에 비견될 소설이라고 기자들은 그러던데 ㅋㅋ

  2. Documan

    2010/01/28 13:41  댓글달기  수정/삭제

    비고 모텐슨 이러다 성자가 되는겐가...

    이스턴프라미스와 느낌이 다를지 더로드...보고싶다..ㅜㅜ

  3. Documan

    2010/02/10 04:20  댓글달기  수정/삭제

    나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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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15:40, stored in article and tagged

시작

얼생활기록부에 한 사람에 대해서 한 줄로 요약설명해야 하는 어른들의 시각은 오만으로 가득하다. 일 년간 지켜봐 온 아이들을 설명할 때는 더욱 그렇지만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때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은 커서도 그렇다. 그래도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 어머니의 마음이었나 보다 으레 있을 법한 대여섯가지의 선택지에서 말을 골라 생활기록부나 방학통지표에 써넣지 않았다. 내 방학통지표에는 책 읽기를 좋아하나 글쓰기를 싫어하니 어머니가 관심을 가져주세요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스무살이 넘어 방 정리하다 꺼내 읽었을 때 부정하지 못했다.

어릴 적 부터 무언가 보고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가 보여주는 일에는 서툴었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장남인 형과 막내인 여동생 사이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기 존재를 어필할 능력이 약해졌나, 형제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상태는 십여년이 지나도 여전했고 중요한 순간에 기록하지 않고, 제대로 저장하지 못해서 손해보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안전한, 2중으로 백업되는 공간에 기록저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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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cuman

    2010/01/28 13:40  댓글달기  수정/삭제

    눈만 살았구먼.

  2. byul

    2010/02/18 15:24  댓글달기  수정/삭제

    여기 보람이 공간이예요 아님 병수씨 공간이예요?

    • 정신적찌라시

      2010/02/18 22:14  수정/삭제

      아직은 둘다 입니다 :)
      조만간 각 방을 쓰게 되겠지만,
      누구 글인지 헷갈려 하면서 읽는 재미도 솔솔하지 않을까 싶은데

    • byul

      2010/02/21 14:35  수정/삭제

      어렵다어렵다 예전에는 잘 구별했는데 이제는 내가 무뎌진건지 둘이 비슷해진건지. 좀더 냉한게 보람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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